전쟁 후의 교육은 인재 양성부터
오시로 도로쿠 씨
생년：1930 년
출신지：이토만시
전쟁 전의 학교 교육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된 것은 초등학교 고등과 2학년 무렵이고, 저는 15살이었습니다. 1941년에 진조 고등 소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뀌었는데 초등과 과정이 6년, 고등과 과정이 2년이었지요. 고등과는 희망자만 진학할 수 있었어요. 고등과에 진학하지 않는 사람은 청년 학교에 갔습니다. 청년 학교에는 예과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고등과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오후 2, 3시부터 청년 학교에 다녔습니다. 청년 학교의 선생님이 초등학교 고등과의 단체 훈련을 담당했고요. 당시 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이 청년 학교 선생님 중에 몇 명 있었기 때문에 초등과 아이들도 훈련을 받았습니다. 서는 법, 경례하는 법, 뒤로 도는 법 등 군대에서 하는 동작을 배웠지요.
그 무렵에는 ‘체력장 검정’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초등과 5학년부터 고등과까지 검정 수첩이라는 게 있었는데 초급, 중급, 상급 3개 등급이 있었어요. 50m 달리기를 해서 속도를 측정해 몇 초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거나 턱걸이 횟수를 세기도 했고 높이뛰기나 멀리뛰기, 수류탄 던지기는 단봉 던지기라고도 했는데 길이 30cm 정도의 떡갈나무 막대기를 던졌죠. 단봉 던지기 때는 상급까지 가도록 노력하라고 선생님들이 격려해 줬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즐거웠던 것은 모형 비행기 만들기였어요. 1944년 무렵까지는 모형 비행기 대회가 여럿 있었습니다. 비행장에서 날리거나 하면서 체공 시간을 재며 경쟁했습니다. 초등과 3학년부터 홀수 학년은 프로펠러를 달고, 짝수 학년은 글라이더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저희 고등학생들은 왜 비행기가 날 수 있는지에 대해, 비행기의 주익과 수평 미익, 수직 미익의 역할 등 비행기가 나는 원리까지 배웠습니다. 제초 작업을 돕지도 않고 모형 비행기를 날리다 아버지에게 들켜서 “아직도 하고 있냐”고 혼나기도 했습니다.
아주까리라고 하는 콩이 있었는데, 아주까리 기름은 기계의 윤활유로 사용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아주까리 씨앗을 3개씩 나누어 주고 열매가 열리면 학교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쳤죠. 그리고 이 씨앗은 부모님 밭에 심으면 안 되고, 직접 밭을 일구어 ‘1평 농장’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전쟁 중에는 우리 학생들도 할 일이 있었는데, 주말마다 출정 군인들의 집에 가서 물 긷기와 순찰, 제초 작업과 청소를 했어요. 편지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위문품에 넣어 보내기도 했지요. (전선의 군인들에게)답장을 받았을 때는 아주 기뻤어요.
지상전 준비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되기 전)1944년 6월 무렵, 만주에서 온 일본군이 제가 다니던 학교로 와서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진지 구축이 시작되었죠. 땅 고르기 작업과 제초 작업을 했고, 전차의 진격을 막기 위해 구덩이를 팠습니다. 적의 전차가 진지에 쳐들어왔을 때 진행 경로를 예측해 쉽게 돌파할 수 없게 둑을 만들었어요. 돌담을 쌓거나, 전방은 땅을 파고 후방은 돌담을 쌓아서, 3m 정도의 깊이였습니다. 진지를 에워싸는 형태로 구덩이를 만든 겁니다.
가정에서도 각각 벙커를 만들었는데요. 1m 정도의 구덩이를 판 뒤에 위에 나뭇가지나 대나무 등을 늘어놓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덮는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안뜰에 한 학급이 들어갈 정도의 큰 구덩이를 파게 했어요. 방공 연습도 했지요. 물통 릴레이를 하며 연못의 물을 교사의 지붕 위로 나르고, 선생님들과 고등과 학생들이 불을 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오키나와 전투 시작
졸업장은 못 받았죠, 졸업식은 1945년 3월 24일이었는데, 그 전날에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저는 졸업장이 없는 초등학교 졸업생이 된 겁니다.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된)3월 23일에 공습경보가 발령되었고, 저는 여동생과 함께 벙커로 걸어가던 중이었습니다. 하늘에 비행기들이 많아졌길래 이토만 고메스 쪽 해안을 봤더니, 폭탄의 모래먼지가 날아오르고 있어서 뛰어서 벙커로 도망쳤어요. 이른 아침에는 미군 전투기가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날이 밝자마자 벙커를 나와서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그걸 구워서 벙커로 가져갔죠. 물도 같이 가져갔고요. 마을의 청년들이 번갈아 가며 그 작업을 했습니다. 노인들은 벙커 안에 있었는데, 건강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서 집과 벙커를 왔다 갔다 했지요. 5월 초까지는 아직 집이 남아 있었으니까, 밖에서 쉬거나 집에서 자면서 벙커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후부터 전쟁이 점점 치열해졌습니다. 5월 20일에는 아버지가 슈리 근교의 운타마무이에서 미군의 박격포 공격을 받고 돌아가셨어요.
5월 20일 전후의 일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 무렵에 마을의 경방단장과 일본군의 하사관들이 벙커를 돌며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이 전쟁은 꼭 이길 겁니다.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우리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2, 3일 내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십시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2, 3일 뒤에 “당장 나가요! 오늘 중으로 나가요!”라며 우리를 벙커에서 쫓아냈습니다. “군인들이 여러분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슈리, 나하에서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더 안전한 곳으로 가십시오”라고 하지 뭡니까. 그 안전한 곳이 어디인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사망자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러자 친척 장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이 전쟁 때문에 매일같이 가족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어디서 죽었는지조차 모를 바에야 일족의 무덤 속에서 다 같이 죽는 게 낫지 않습니까?”라며 친척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30~40명 정도의 친척들이 무덤으로 모였어요. 우리처럼 체력이 좋은 청년들은 무덤의 앞쪽에 앉고, 노인과 어린아이들은 무덤 뒤쪽에 앉았습니다. 숨어 있던 곳은 오래된 무덤이었는데, 바위에 구멍을 파고 입구 쪽은 돌을 쌓아올린 무덤이었죠. 그 돌더미 위에 포탄이 떨어졌고, 돌과 포탄 파편이 무덤 속을 덮쳤습니다. 그리고 30여 명 중 거의 절반이 죽었어요. 나머지 절반은 다쳤고, 멀쩡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제 왼쪽 허벅지 언저리에 그때 생긴 큰 흉터가 있죠.
투항하여 포로가 되다
6월 19일부터 이토만 마에히라의 산 위에서 미군이 스피커로 우리를 설득했습니다. “투항하십시오, 도와 주겠습니다. 옷과 음식을 드리겠습니다. 살 곳도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방송이었죠. 6월 23일에 저를 포함한 남자 3명은 (북부 얀바루로 가기 위해)벙커를 나왔고 수류탄을 못 쓰는 사람들은 벙커에 남았는데, 23일에 미군이 벙커 안으로 황린탄을 던졌습니다. 벙커에 남은 사람들은 포로가 되어 미군에게 끌려가 버렸어요. 이튿날 우리는 하와이에서 돌아온 마을 사람에게 미군은 포로를 괴롭히지 않으니까 그냥 포로가 되는 게 낫다는 말을 듣고, 다같이 손을 들고 투항했습니다.
우리는 마을의 우타키 뒤쪽 광장에 소집된 후, 미군의 작은 트럭 짐칸에 실리게 되었죠. 그리고 오자토의 아나미네까지 트럭으로 이동했습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걸어가라고 해서 지넨의 야비쿠까지 걸어갔어요.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고, 그곳에는 텐트가 잔뜩 있었습니다. 바텐항에서 미군의 배(LST)를 타게 되었고, 나고의 오우라자키까지 가서 배에서 내렸습니다.
나고 후타미의 수용소
수용소에는 천 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어요. 각 마을의 촌장이 수용소 내 책임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후타미 수용소의 경우, 마을별로 텐트가 할당되었어요. 텐트 하나에 약 30명. 5, 6가구가 함께 지냈죠.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아이들도 금세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되었고, 부모끼리도 서로 도우며 지냈어요. 그 무렵 나고에 세다케 고등학교가 생겼습니다. 동급생들이 같이 그 학교에 다니자고 했지만, 저는 그 권유를 거절했어요. 어린 여동생들과 할머니를 돌봐야 했고, 배급만으로는 식량도 부족했기 때문에 제가 식량을 조달해야만 했으니까 학교에 다닐 수는 없었죠. 그리고 말라리아가 유행했습니다. 건강하셨던 우리 할머니도 말라리아에 걸려 이틀 만에 돌아가셨어요.
당시의 식량은 주로 옥수수였습니다. 가축 사료용이었던 것 같은데, 하루 종일 삶아도 너무 딱딱해서 반 정도밖에 못 먹었어요. 훔쳐 온 미군의 헬멧을 절구 대신 사용해 가루를 만들어서 죽을 만들어 다같이 먹곤 했죠. 그래도 아이들은 씹기가 어려워서 자주 소화불량에 시달렸어요. 먹을 것을 충분히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군 시설에 가서, 들키지 않으면 뭐든 훔치자는 생각으로 나고의 거리로 가서 물건을 훔쳤는데, 사실 훔쳤다기보다는 이것저것 주워 왔죠. 해안 쪽으로도 가서 먹을 수 있는 해초 등을 채취해 오거나, 산에서는 뽕잎이나 부드러운 새싹을 따 왔습니다. 씹을 수만 있으면 풀도 뜯어서 먹었죠. 가장 영양이 풍부한 먹거리는 개구리였습니다. 곡류를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키곤 했으니 개구리를 먹고 연명한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후타미에서는)반년 정도 살았습니다.
나시로에서의 생활
그 후 이토만 나시로로 이동해 미군 병영터에서 살았습니다. 거기는 판자로 지은 병영이 있었어요. 그 외에는 커다란 조립식 막사(어묵처럼 생긴 막사)와 텐트가 있었고요. 거기에 다카미네, 이토만, 마카베, 고메스, 갼의 5개 마을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매우 비좁았지요. 남자는 공무반, 여자는 농무반 두 반으로 나뉘어 각 마을의 책임자를 두었습니다.
1946년의 정월은 나시로의 수용소에서 보냈고, 그 후 반년에 걸쳐 2×4(two by four) 규격 주택을 만들었습니다. 가급적 빨리 좋은 집을 짓고 작물을 수확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때로는 마을 주민을 총동원해 청소도 했습니다. 처음에 한 일은 유골 수습이었어요. 먼저 저택 내부의 유골부터 시작해 길거리와 도랑 등에서 백골화된 유골을 모아 마을 근처의 벙커에 넣었습니다.
이토만 고등학교에 진학
이토만 고등학교(이토만 하이스쿨)였는데, 후타미에서 나시로로 이동하자마자 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1946년 1월 16일에 개교했어요. 사전 준비를 위해, 전쟁 전에 학생이었던 사람은 미리 신고를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입학식부터 참가했지요. 당시 이토만 고등학교의 학생 수는 꽤 많았습니다. 도미구스쿠나 오로쿠, 가네구스쿠(이토만) 지역에서 많이 왔으니까. 학년마다 3개 학급이 있었고, 저는 이토만 고등학교 4기생입니다.이토만 고등학교는 도시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 밭을 없앤 후 바로 학교 광장을 만들었고 비록 텐트로 만든 교사이긴 하지만 상당히 빨리 완성되었습니다.
(쓰레기장에는)미군이 쓰다 버린 물건이 많았어요. 펜이나 연필, 종이 등 부족한 학용품은 주워다 쓰곤 했지요. 클럽활동도 활발했고 야구나 농구는 제법 실력이 좋았어요. 시골 학생은 클럽활동을 할 여유도 없고, 먹고살기도 빠듯한 형편이었으니까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밭일을 돕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었죠. 학교 측이 빌린 4km 정도 떨어진 곳의 농장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일반 고등학교였지만 농사도 열심이었어요. 당시 기숙사도 있었는데 오키나와에서 제일 컸습니다. 구메지마나 게라마, 야에야마는 이토만에서 배가 출항했기 때문에 나하 고등학교보다 이토만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았어요.
이토만에는 항상 교원이 부족했습니다. 저는 전쟁 전에 사범학교에 합격했었고, 현지 출신 교원이 별로 없었으니까 늘 주위에서 교원이 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구시가와의 다바에 있던)문교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문교학교 진학
기숙사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텐트에서 살았죠. 아마미오시마나 미야코, 야에야마나 오키나와 본섬 주변 낙도, 나카가미 등 각 지역의 학생이 모여서
1개의 텐트에 6~8명이 들어가 살았습니다. 진짜 가족처럼 서로 도우며 생활했어요. 빨래를 하거나 물을 길을 때도 모두가 협력했지요. 졸업 후에는 무조건 교원이 되겠다고 결심했기에 군대 일은 포기했지만, 군대 일의 월급은 교원보다 몇 배나 많았습니다. 당시의 통화 B엔(미군의 군표)으로 교원 월급은 920엔이지만, 군대 일은 한 달에 몇 천 엔씩 받았으니까요. 그래도 교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초등학교로 배속될 예정이었는데 당시 지방에는 교원이 부족했고, 마에히라 출신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저는 미와중학교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미와중학교에 부임
아이들과 매일같이 말다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처럼 젊은 교원은 할 일이 많았습니다. 체육 교과는 전문이 아닌데도 체육 수업을 해야 했고 체육, 과학, 수학, 사회까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든 교원은 한 과목만 맡았고요. “너희들은 전쟁 후에 학교를 졸업해서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니까, 아이들과 잘 맞을 거다” 선배 교사들은 그렇게 말하곤 했죠. 당시의 중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는 이만큼 두꺼웠고, 6권이나 있었어요. 어려운 과목은 젊은 교원이 담당했습니다.
(저는 초등 교원 면허라서)중학교 교원 면허가 필요해서 학점을 따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류큐 대학의 강습만으로는 부족했고 당시 교원 면허는 임시 면허, 잠정 면허, 2급, 1급의 4종류가 있었고 이걸 따느라 다들 애를 먹었습니다. 남자는 그렇다 쳐도 특히 여자 선생님들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이를 데리고 수업을 듣는 사람도 있었죠. 이토만에서는 여름에 면허 취득 강좌가 열려서 몇 년에 걸쳐 수강했습니다. 나하 쪽에는 야간 강좌도 있었지만 이토만에서 다니기는 힘들었으니까요. (교원 면허의)급수가 오르면 봉급도 오르니까 가족 부양을 위해 통신 교육을 수강하는 교원도 늘어났습니다. 저도 그걸로 전문 학점을 땄어요.
당시 중학생들은 모두 참 착했습니다. 몇 년 후부터 장기 결석하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3개월 연속으로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이에요. 부모나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열악한 가정환경이 원인인데, 당시 교사들은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학교 건물 같은 경우는 1950년 무렵 일단 직원실을 지었고, 그 후부터 일반 교실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회를 동원해서 (북부 얀바루의)메이지산 주변에서 밤나무를 잘라 와 기둥을 세웠어요. 지붕의 억새는 현지에서 조달했지요. 하지만 태풍이 올 때마다 기둥이 부러지곤 했어요.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부모는 아이들에게 사회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과, 모두가 서로 돕는 세상을 만들려면 아이들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 줘야 해요. 우리 노인들은 갈 날이 멀지 않았으니, 청년들이 새로운 사회의 구축을 위해 힘써 줬으면 합니다.
오시로 도로쿠 씨는 중학교 교장과 이토만시 교육장을 역임하며 전쟁 후 오키나와의 교육을 위해 힘썼습니다. 퇴직 후에도 오키나와 전투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주민의 관점으로 본 전쟁 체험자의 증언 기록을 남기는 것을 중시해, 자신의 전쟁 체험뿐 아니라 『오키나와 역사』를 비롯한 다수의 증언 기록 집필과 편집 등에 종사했습니다.
전쟁 전의 학교 교육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된 것은 초등학교 고등과 2학년 무렵이고, 저는 15살이었습니다. 1941년에 진조 고등 소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뀌었는데 초등과 과정이 6년, 고등과 과정이 2년이었지요. 고등과는 희망자만 진학할 수 있었어요. 고등과에 진학하지 않는 사람은 청년 학교에 갔습니다. 청년 학교에는 예과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고등과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오후 2, 3시부터 청년 학교에 다녔습니다. 청년 학교의 선생님이 초등학교 고등과의 단체 훈련을 담당했고요. 당시 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이 청년 학교 선생님 중에 몇 명 있었기 때문에 초등과 아이들도 훈련을 받았습니다. 서는 법, 경례하는 법, 뒤로 도는 법 등 군대에서 하는 동작을 배웠지요.
그 무렵에는 ‘체력장 검정’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초등과 5학년부터 고등과까지 검정 수첩이라는 게 있었는데 초급, 중급, 상급 3개 등급이 있었어요. 50m 달리기를 해서 속도를 측정해 몇 초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거나 턱걸이 횟수를 세기도 했고 높이뛰기나 멀리뛰기, 수류탄 던지기는 단봉 던지기라고도 했는데 길이 30cm 정도의 떡갈나무 막대기를 던졌죠. 단봉 던지기 때는 상급까지 가도록 노력하라고 선생님들이 격려해 줬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즐거웠던 것은 모형 비행기 만들기였어요. 1944년 무렵까지는 모형 비행기 대회가 여럿 있었습니다. 비행장에서 날리거나 하면서 체공 시간을 재며 경쟁했습니다. 초등과 3학년부터 홀수 학년은 프로펠러를 달고, 짝수 학년은 글라이더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저희 고등학생들은 왜 비행기가 날 수 있는지에 대해, 비행기의 주익과 수평 미익, 수직 미익의 역할 등 비행기가 나는 원리까지 배웠습니다. 제초 작업을 돕지도 않고 모형 비행기를 날리다 아버지에게 들켜서 “아직도 하고 있냐”고 혼나기도 했습니다.
아주까리라고 하는 콩이 있었는데, 아주까리 기름은 기계의 윤활유로 사용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아주까리 씨앗을 3개씩 나누어 주고 열매가 열리면 학교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쳤죠. 그리고 이 씨앗은 부모님 밭에 심으면 안 되고, 직접 밭을 일구어 ‘1평 농장’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전쟁 중에는 우리 학생들도 할 일이 있었는데, 주말마다 출정 군인들의 집에 가서 물 긷기와 순찰, 제초 작업과 청소를 했어요. 편지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위문품에 넣어 보내기도 했지요. (전선의 군인들에게)답장을 받았을 때는 아주 기뻤어요.
지상전 준비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되기 전)1944년 6월 무렵, 만주에서 온 일본군이 제가 다니던 학교로 와서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진지 구축이 시작되었죠. 땅 고르기 작업과 제초 작업을 했고, 전차의 진격을 막기 위해 구덩이를 팠습니다. 적의 전차가 진지에 쳐들어왔을 때 진행 경로를 예측해 쉽게 돌파할 수 없게 둑을 만들었어요. 돌담을 쌓거나, 전방은 땅을 파고 후방은 돌담을 쌓아서, 3m 정도의 깊이였습니다. 진지를 에워싸는 형태로 구덩이를 만든 겁니다.
가정에서도 각각 벙커를 만들었는데요. 1m 정도의 구덩이를 판 뒤에 위에 나뭇가지나 대나무 등을 늘어놓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덮는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안뜰에 한 학급이 들어갈 정도의 큰 구덩이를 파게 했어요. 방공 연습도 했지요. 물통 릴레이를 하며 연못의 물을 교사의 지붕 위로 나르고, 선생님들과 고등과 학생들이 불을 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오키나와 전투 시작
졸업장은 못 받았죠, 졸업식은 1945년 3월 24일이었는데, 그 전날에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저는 졸업장이 없는 초등학교 졸업생이 된 겁니다.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된)3월 23일에 공습경보가 발령되었고, 저는 여동생과 함께 벙커로 걸어가던 중이었습니다. 하늘에 비행기들이 많아졌길래 이토만 고메스 쪽 해안을 봤더니, 폭탄의 모래먼지가 날아오르고 있어서 뛰어서 벙커로 도망쳤어요. 이른 아침에는 미군 전투기가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날이 밝자마자 벙커를 나와서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그걸 구워서 벙커로 가져갔죠. 물도 같이 가져갔고요. 마을의 청년들이 번갈아 가며 그 작업을 했습니다. 노인들은 벙커 안에 있었는데, 건강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서 집과 벙커를 왔다 갔다 했지요. 5월 초까지는 아직 집이 남아 있었으니까, 밖에서 쉬거나 집에서 자면서 벙커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후부터 전쟁이 점점 치열해졌습니다. 5월 20일에는 아버지가 슈리 근교의 운타마무이에서 미군의 박격포 공격을 받고 돌아가셨어요.
5월 20일 전후의 일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 무렵에 마을의 경방단장과 일본군의 하사관들이 벙커를 돌며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이 전쟁은 꼭 이길 겁니다.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우리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2, 3일 내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십시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2, 3일 뒤에 “당장 나가요! 오늘 중으로 나가요!”라며 우리를 벙커에서 쫓아냈습니다. “군인들이 여러분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슈리, 나하에서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더 안전한 곳으로 가십시오”라고 하지 뭡니까. 그 안전한 곳이 어디인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사망자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러자 친척 장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이 전쟁 때문에 매일같이 가족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어디서 죽었는지조차 모를 바에야 일족의 무덤 속에서 다 같이 죽는 게 낫지 않습니까?”라며 친척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30~40명 정도의 친척들이 무덤으로 모였어요. 우리처럼 체력이 좋은 청년들은 무덤의 앞쪽에 앉고, 노인과 어린아이들은 무덤 뒤쪽에 앉았습니다. 숨어 있던 곳은 오래된 무덤이었는데, 바위에 구멍을 파고 입구 쪽은 돌을 쌓아올린 무덤이었죠. 그 돌더미 위에 포탄이 떨어졌고, 돌과 포탄 파편이 무덤 속을 덮쳤습니다. 그리고 30여 명 중 거의 절반이 죽었어요. 나머지 절반은 다쳤고, 멀쩡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제 왼쪽 허벅지 언저리에 그때 생긴 큰 흉터가 있죠.
투항하여 포로가 되다
6월 19일부터 이토만 마에히라의 산 위에서 미군이 스피커로 우리를 설득했습니다. “투항하십시오, 도와 주겠습니다. 옷과 음식을 드리겠습니다. 살 곳도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방송이었죠. 6월 23일에 저를 포함한 남자 3명은 (북부 얀바루로 가기 위해)벙커를 나왔고 수류탄을 못 쓰는 사람들은 벙커에 남았는데, 23일에 미군이 벙커 안으로 황린탄을 던졌습니다. 벙커에 남은 사람들은 포로가 되어 미군에게 끌려가 버렸어요. 이튿날 우리는 하와이에서 돌아온 마을 사람에게 미군은 포로를 괴롭히지 않으니까 그냥 포로가 되는 게 낫다는 말을 듣고, 다같이 손을 들고 투항했습니다.
우리는 마을의 우타키 뒤쪽 광장에 소집된 후, 미군의 작은 트럭 짐칸에 실리게 되었죠. 그리고 오자토의 아나미네까지 트럭으로 이동했습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걸어가라고 해서 지넨의 야비쿠까지 걸어갔어요.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고, 그곳에는 텐트가 잔뜩 있었습니다. 바텐항에서 미군의 배(LST)를 타게 되었고, 나고의 오우라자키까지 가서 배에서 내렸습니다.
나고 후타미의 수용소
수용소에는 천 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어요. 각 마을의 촌장이 수용소 내 책임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후타미 수용소의 경우, 마을별로 텐트가 할당되었어요. 텐트 하나에 약 30명. 5, 6가구가 함께 지냈죠.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아이들도 금세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되었고, 부모끼리도 서로 도우며 지냈어요. 그 무렵 나고에 세다케 고등학교가 생겼습니다. 동급생들이 같이 그 학교에 다니자고 했지만, 저는 그 권유를 거절했어요. 어린 여동생들과 할머니를 돌봐야 했고, 배급만으로는 식량도 부족했기 때문에 제가 식량을 조달해야만 했으니까 학교에 다닐 수는 없었죠. 그리고 말라리아가 유행했습니다. 건강하셨던 우리 할머니도 말라리아에 걸려 이틀 만에 돌아가셨어요.
당시의 식량은 주로 옥수수였습니다. 가축 사료용이었던 것 같은데, 하루 종일 삶아도 너무 딱딱해서 반 정도밖에 못 먹었어요. 훔쳐 온 미군의 헬멧을 절구 대신 사용해 가루를 만들어서 죽을 만들어 다같이 먹곤 했죠. 그래도 아이들은 씹기가 어려워서 자주 소화불량에 시달렸어요. 먹을 것을 충분히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군 시설에 가서, 들키지 않으면 뭐든 훔치자는 생각으로 나고의 거리로 가서 물건을 훔쳤는데, 사실 훔쳤다기보다는 이것저것 주워 왔죠. 해안 쪽으로도 가서 먹을 수 있는 해초 등을 채취해 오거나, 산에서는 뽕잎이나 부드러운 새싹을 따 왔습니다. 씹을 수만 있으면 풀도 뜯어서 먹었죠. 가장 영양이 풍부한 먹거리는 개구리였습니다. 곡류를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키곤 했으니 개구리를 먹고 연명한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후타미에서는)반년 정도 살았습니다.
나시로에서의 생활
그 후 이토만 나시로로 이동해 미군 병영터에서 살았습니다. 거기는 판자로 지은 병영이 있었어요. 그 외에는 커다란 조립식 막사(어묵처럼 생긴 막사)와 텐트가 있었고요. 거기에 다카미네, 이토만, 마카베, 고메스, 갼의 5개 마을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매우 비좁았지요. 남자는 공무반, 여자는 농무반 두 반으로 나뉘어 각 마을의 책임자를 두었습니다.
1946년의 정월은 나시로의 수용소에서 보냈고, 그 후 반년에 걸쳐 2×4(two by four) 규격 주택을 만들었습니다. 가급적 빨리 좋은 집을 짓고 작물을 수확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때로는 마을 주민을 총동원해 청소도 했습니다. 처음에 한 일은 유골 수습이었어요. 먼저 저택 내부의 유골부터 시작해 길거리와 도랑 등에서 백골화된 유골을 모아 마을 근처의 벙커에 넣었습니다.
이토만 고등학교에 진학
이토만 고등학교(이토만 하이스쿨)였는데, 후타미에서 나시로로 이동하자마자 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1946년 1월 16일에 개교했어요. 사전 준비를 위해, 전쟁 전에 학생이었던 사람은 미리 신고를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입학식부터 참가했지요. 당시 이토만 고등학교의 학생 수는 꽤 많았습니다. 도미구스쿠나 오로쿠, 가네구스쿠(이토만) 지역에서 많이 왔으니까. 학년마다 3개 학급이 있었고, 저는 이토만 고등학교 4기생입니다.이토만 고등학교는 도시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 밭을 없앤 후 바로 학교 광장을 만들었고 비록 텐트로 만든 교사이긴 하지만 상당히 빨리 완성되었습니다.
(쓰레기장에는)미군이 쓰다 버린 물건이 많았어요. 펜이나 연필, 종이 등 부족한 학용품은 주워다 쓰곤 했지요. 클럽활동도 활발했고 야구나 농구는 제법 실력이 좋았어요. 시골 학생은 클럽활동을 할 여유도 없고, 먹고살기도 빠듯한 형편이었으니까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밭일을 돕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었죠. 학교 측이 빌린 4km 정도 떨어진 곳의 농장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일반 고등학교였지만 농사도 열심이었어요. 당시 기숙사도 있었는데 오키나와에서 제일 컸습니다. 구메지마나 게라마, 야에야마는 이토만에서 배가 출항했기 때문에 나하 고등학교보다 이토만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았어요.
이토만에는 항상 교원이 부족했습니다. 저는 전쟁 전에 사범학교에 합격했었고, 현지 출신 교원이 별로 없었으니까 늘 주위에서 교원이 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구시가와의 다바에 있던)문교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문교학교 진학
기숙사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텐트에서 살았죠. 아마미오시마나 미야코, 야에야마나 오키나와 본섬 주변 낙도, 나카가미 등 각 지역의 학생이 모여서
1개의 텐트에 6~8명이 들어가 살았습니다. 진짜 가족처럼 서로 도우며 생활했어요. 빨래를 하거나 물을 길을 때도 모두가 협력했지요. 졸업 후에는 무조건 교원이 되겠다고 결심했기에 군대 일은 포기했지만, 군대 일의 월급은 교원보다 몇 배나 많았습니다. 당시의 통화 B엔(미군의 군표)으로 교원 월급은 920엔이지만, 군대 일은 한 달에 몇 천 엔씩 받았으니까요. 그래도 교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초등학교로 배속될 예정이었는데 당시 지방에는 교원이 부족했고, 마에히라 출신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저는 미와중학교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미와중학교에 부임
아이들과 매일같이 말다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처럼 젊은 교원은 할 일이 많았습니다. 체육 교과는 전문이 아닌데도 체육 수업을 해야 했고 체육, 과학, 수학, 사회까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든 교원은 한 과목만 맡았고요. “너희들은 전쟁 후에 학교를 졸업해서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니까, 아이들과 잘 맞을 거다” 선배 교사들은 그렇게 말하곤 했죠. 당시의 중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는 이만큼 두꺼웠고, 6권이나 있었어요. 어려운 과목은 젊은 교원이 담당했습니다.
(저는 초등 교원 면허라서)중학교 교원 면허가 필요해서 학점을 따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류큐 대학의 강습만으로는 부족했고 당시 교원 면허는 임시 면허, 잠정 면허, 2급, 1급의 4종류가 있었고 이걸 따느라 다들 애를 먹었습니다. 남자는 그렇다 쳐도 특히 여자 선생님들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이를 데리고 수업을 듣는 사람도 있었죠. 이토만에서는 여름에 면허 취득 강좌가 열려서 몇 년에 걸쳐 수강했습니다. 나하 쪽에는 야간 강좌도 있었지만 이토만에서 다니기는 힘들었으니까요. (교원 면허의)급수가 오르면 봉급도 오르니까 가족 부양을 위해 통신 교육을 수강하는 교원도 늘어났습니다. 저도 그걸로 전문 학점을 땄어요.
당시 중학생들은 모두 참 착했습니다. 몇 년 후부터 장기 결석하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3개월 연속으로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이에요. 부모나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열악한 가정환경이 원인인데, 당시 교사들은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학교 건물 같은 경우는 1950년 무렵 일단 직원실을 지었고, 그 후부터 일반 교실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회를 동원해서 (북부 얀바루의)메이지산 주변에서 밤나무를 잘라 와 기둥을 세웠어요. 지붕의 억새는 현지에서 조달했지요. 하지만 태풍이 올 때마다 기둥이 부러지곤 했어요.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부모는 아이들에게 사회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과, 모두가 서로 돕는 세상을 만들려면 아이들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 줘야 해요. 우리 노인들은 갈 날이 멀지 않았으니, 청년들이 새로운 사회의 구축을 위해 힘써 줬으면 합니다.
오시로 도로쿠 씨는 중학교 교장과 이토만시 교육장을 역임하며 전쟁 후 오키나와의 교육을 위해 힘썼습니다. 퇴직 후에도 오키나와 전투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주민의 관점으로 본 전쟁 체험자의 증언 기록을 남기는 것을 중시해, 자신의 전쟁 체험뿐 아니라 『오키나와 역사』를 비롯한 다수의 증언 기록 집필과 편집 등에 종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