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와 문어 항아리의 추억
야마자토 게이키치 씨
생년：1943 년
출신지：미야코지마시
전쟁 중 가족과 흉터에 대해
1943년에 미야코지마 니카도리에서 태어났어요. (우리 아버지는)농부였는데, 어째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죠. (아버지는)교사도 아닌데 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지, 저는 그게 궁금해서 마을 사람에게 물어 봤더니, 아버지가 지역을 위해 여러모로 공헌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자치회 임원과 구장도 맡고 있었고요.
오키나와 대공습 때 저는 고작 3살이었기 때문에 그 무렵의 일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상처를 입은 것만은 기억하고 있어요. 총탄이 제 몸을 스쳤죠. 미군 전투기가 쏜 총탄이 우리 집에 두 발 날아왔거든요. 당시 미군에서는 움직이는 것은 무조건 쏘라고 가르쳤다더군요. 우리 집 근처에 언덕이 있었는데 마침 그때 언덕에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라, (미군 전투기가)그 사람을 노리고 쏜 총알이 우리 집으로 두 발 날아온 겁니다. 첫 번째 총탄이 덧문을 뚫고 제 몸을 스쳤고, 두 번째 총탄이 불단에 맞았어요. 세 번째 총탄은 장작 창고에 맞았다더군요. 부모님 말씀에 따르면, 당시 니카도리의 벙커 부근에 일본 육군이 있었기 때문에 육군이 있는 장소로 저를 데려갔고, (군에서는 기본적으로)민간인 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제 상처를 치료해 줬다고 어머니한테 들었죠. (그때의 상처는)아직 남아 있어요. 기관총의 총탄이 팔을 스쳤고. 등에도 흉터가 있어요. 어렸을 때는 팔이 짧았으니까. 저만 다른 방에서 자던 중에 총탄이 몸을 스쳤기 때문에 엉엉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저희 가족은 거실에서 점심을 먹다가 기관총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바로 숨었던 모양이에요. 숨는다 해도 총알이 날아오면 피할 수 없었겠지만, 가족들은 다행히 무사했죠. 저만 왼팔과 등에 세 군데 상처를 입었어요. 등의 상처도 척추 바로 앞이라 다행이었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
미야코지마 공습 당시의 일을 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버지는 비행장 활주로를 미군이 폭격한 후 활주로의 폭격 흔적을 되메우는 작업을 했다고 하더군요. 종전 후 해안에는 일본군 전차로 보이는 잔해가 있었어요. 아마 미군의 공격을 받은 것이겠죠.
매와 문어 항아리의 추억
(어렸을 때는)고구마만 먹었어요. 그리고 들판에 나 있는 풀 같은 것들, 예를 들면 파 같은 걸 캐서 국물에 넣어 먹었죠. 그리고 구아바나 오디, 그 외에는 매미나 메뚜기, 도마뱀 따위를 잡아서 먹었어요. 제일 맛있었던 것은 매였죠. 지금은 보호종이지만, 우리가 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아직 보호종이 아니었어요.
어느 날 저는 혼자서 산속으로 들어가 매를 두 마리 잡았는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맨손으로 매를 잡았죠. 가로등 불빛에 비친 매의 모습이 보였기에 천천히 나무 위로 올라가서, 처음에는 실수로(매의) 한쪽 다리만 잡았기 때문에 매는 다른 한쪽 발톱으로 제 손을 할퀴었지만, 매는 귀중한 먹거리였기 때문에 절대 놓지 않았어요. 두 번째는 능숙하게 잡을 수 있었죠. (매를 잡은 것은)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잡은 매는)일주일 정도 장난감 대신 가지고 놀았어요. 매의 다리에 끈과 나막신을 묶어서 어느 쪽이 잘 나는지 겨루게 했죠. 일주일이 지나 매가 지쳤을 때쯤, (매의 고기를)국에 넣어 먹었어요. 밥에 비벼 먹기도 했고, 아주 맛있었지요. 국물 위에 뜬 노란 기름이 정말 고소했어요.
다른 날에 매를 잡으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만, (집 근처의)해안에 소나무 숲이 있었어요. 그곳은 무덤이 많아서 무서운 곳이었죠. 불빛도 없었고요. 매는 바다 쪽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저는 친구들과 몇 미터 떨어진 곳의 소나무에 올라가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냥감이)안 오길래 집에 돌아가기로 했죠. 몸을 돌려 나무에서 내려온 순간, 저는 개인 벙커(1인용 참호)에 빠져 버렸어요. 그것은 ‘문어 항아리’라고도 불리는 군인들이 쓰던 개인 벙커였죠.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간신히 기어올라 빠져나오긴 했지만, 가슴께까지 오는 깊이였는데 조금 더 깊었으면 정말 위험했을 겁니다. 밤이기도 했으니까.
유소년기의 미야코지마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에도 갔었죠. 친구와 함께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러 갈 때는 꼭 물안경도 가지고 나갔어요. 당시엔 ‘이토만 안경(미카간)’이라고 했죠. 바다에서(폭파 낚시의) 폭발음이 들리면 그곳으로 달려갔어요. 죽은 물고기와 산 물고기가 뒤섞여 뭍에 올라와 있었는데, 어부가 남기고 간 물고기를 주워 와서 먹었죠. 당시에는 줄무늬전갱이를 자주 볼 수 있었어요. (폭파 낚시 때 사용하는 것은)사제 폭탄이에요. 탄약에서 화약을 빼내 병에 채워 넣고 바다를 향해서 던지는 거죠. 화약류 중에는 네모난 것과 동그랗고 심지가 있는 종류가 있었어요. 탄약은 바닷가에 널려 있었죠. 그 무렵에는 곳곳에서 고철 수집이 성행했어요. 미야코지마 전체에 고철 붐이 일었죠. 우리는 어린아이였지만, 용돈을 벌기 위해 작은 쇳덩어리라도 있으면 그걸 주워와서, 당시에는 고철의 매입 업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져가서 팔았어요. 그러면 약간의 용돈을 벌 수 있었죠. 그게 가장 큰 낙이었어요.
우리 가족은 남자 형제가 많았고 저는 6남이었어요. 아침밥은 국수 2묶음이었죠. 투명한(건더기가 없는) 국물 속에 국수만 드문드문 떠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저는 솥 옆에 앉아 있었죠. 식사는 선착순이었으니까 제일 먼저 먹으려고요. (미군 배급품 중에는)커다란 통조림이 있었어요. 시금치나 뭐 그런 통조림이었던 것 같군요. 제가 어렸을 때 히가시헨나자키에서 쌀을 실은 배가 좌초해 침몰했는데, 실려 있던 쌀을 가지러 갔다가 2차 재해를 당하는 사고도 일어났죠. 당시에는 쌀이 귀했기 때문에 그 쌀을 가지러 간 사람도 많았거든요.
(미야코지마는 당시)물이 부족했어요. 밭에는 빗물을 저장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 안에도 빗물이 고이지 않아서 마차가 지나간 바퀴 자국에 고여 있던 물을 마신 적도 있어요. 안 마시는 것보단 낫다고 해서 그 물을 떠먹었죠. 병에 걸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에요. 당시의 아이들은 몸이 튼튼했던 것 같습니다.
회충과 회충약
그 당시에는 설날이나 축하 행사 때 친척들과 뒤뜰에서 돼지를 잡곤 했죠. 돼지를 해체하면 돼지고기에 하얀 (기생충)알이 붙어 있었어요. 익히면 괜찮다는 생각에 다들 그냥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미국 정부 사람들이 미야코 류미 문화회관에서 회충의 무서움을 알리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바다에서 논 후에 우타키에 가서 뛰어다니며 몸을 말리려고 했어요. 그때 평소에 할머니들이 기도를 올리는 곳에서 친구가 떨어져 있던 선향을 주워 담배를 피우는 흉내를 냈더니, 갑자기 그 친구의 콧구멍에서 회충이 튀어나왔어요. 저는 그걸 보고 깜짝 놀랐죠. 옛날에는 학교에서 몸속의 회충을 제거하기 위해 해초를 사용했어요.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해초(오키나와 사투리로 나쵸라)를 달인 약을 먹였죠. 그 해초를 달여 만든 약으로 회충을 제거했어요. 약 먹은 다음에 받은 캔디가 매우 맛있었어요. 처음으로 캔디라는 걸 먹었죠. (회충 제거용)쓴 탕약을 마신 뒤, 상으로 달콤한 캔디를 받았어요.
당시의 학교 생활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초가지붕에 바닥도 안 깔린 땅바닥이었어요. 그래서 걸으면 흙먼지가 날렸죠. 옆 교실과의 칸막이는 훤히 뚫린 낮은 벽이었기 때문에, 교실은 3반까지 있었는데, 쓰레기장에서 종잇조각을 주워 와서 교실 바닥의 흙이나 모래를 그 종잇조각에 넣고 칸막이 건너편의 옆 반으로 집어던지곤 했어요. 그러면 아이들의 책상 위는 모래투성이, 쓰레기투성이가 되었고, 그런 장난을 치고 놀았죠.
수목병(식물 및 채소의 전염병)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어요. 농작물 구제를 위해 학교에서도 나섰죠. 선생님을 따라 밭에 가서 병에 걸린 부분을 긁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저는 히라라 중학교에 다녔습니다. 제대로 된 건물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태풍이 와서 학교 건물이 큰 피해를 입었어요. 그 후로 2부 수업이 시작되었고, 오전과 오후 2부로 나눠서 수업을 들었죠. 새 건물이 생길 때까지 계속 그렇게 했어요.
고등학교는 농림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하지만 사실 농업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농림고등학교에서는 퇴비를 만들었죠. 학교 농장은 학교 건물 근처에도 있었지만, 공항 근처에도 제2농장이 있었어요. (퇴비는)거기로 가져갔죠. 제2농장은 약 18헥타르의 규모였기 때문에 주로 사탕수수를 재배했어요. 수확기에는 도시락을 싸가지 않고 수확하면서 사탕수수를 먹곤 했죠.
고등학교 졸업 후 항만 회사에 근무
(고등학교 졸업 후 1년간은)고향에서 태평하게 살았지만, 그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사회에 나가서도 계속할 만한 일을 하려고 생각했죠. 당시는 미군 통치하였기 때문에 영문 타이핑을 배워 볼까 했어요. 그 무렵에는 나하에 있는 오키나와 유족 연합회가 수산 시설에서 타자기 사용법을 가르쳤는데, 유족이라면 누구든 수강할 수 있다고 해서 아버지에게 부탁해 (나하로 가서)타자기 사용법을 배웠죠. 그 기술은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나하항에 있는)항만 회사에 취직했지요. 선적 서류나 세관의 신고 등, (미군 통치하이므로)전부 영문으로 서류를 만들어야 했어요. 배로 짐을 일본 본토로 보낼 때는 외국 화물로 취급하기 때문에 이 짐에 대한 세관 신고, 은행에 대한 선하 증권(BL)도 작성해야 했어요. 이런 서류 작성에 영문 타이핑 기술이 큰 도움이 됐죠. 작은 짐을 배에 반입할 때도 세관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지 않으면 가져갈 수 없었어요. 당시 오키나와 사람들은 면세로 돈벌이를 하곤 했어요. 위스키는 3병까지 일본 본토에 반입할 수 있었어요. 위스키를 가져가면 비싸게 팔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선원들의 이야기로는 이 방법으로 위스키를 팔아 집을 지은 사람도 있다고 해요.
(항만 일에서)가장 힘들었던 건 트랜십(transship)이라는, 배에서 배로 짐을 옮겨 싣는 일이 옛날에는 종종 있었어요. 예를 들면 야에야마부터는 파인애플, 미야코에서는 고급 삼베를 싣고 와서 오사카행 배로 옮겨 실을 때, 필요한 서류가 도착하지 않거나 담당자 실수로 짐이 배에 실리지 않거나 하면 난리가 났거든요. 특히 미야코의 고급 삼베는 당시 한 상자에 300만 엔, 한 단에 30만 엔이나 했으니까 이런 값비싼 물건을 보낼 때 한 편이라도 늦으면 (출항하면)일주일은 돌아오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당시 미국인들이 종종 대만에 가서 가구류를 사 왔어요. 그 후에 우리 항만 회사에 수속을 하러 와서 세관을 통과하기 위한 절차에 대해 문의하곤 했죠. 일반적인 절차와는 다르니까요. 익숙하지 않은 영어를 써서 절차를 안내해야 했으니, 그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아무튼 지금은 배불리 먹는 시대죠. 제가 어렸을 때의 아침식사는 밥과 국수 국물뿐이었어요. 국수도 몇 가닥 떠 있을 뿐이었죠. 요즘 아이들은
만약 식량 공급이 중단되면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전쟁 중과 후의 식량난과 음식의 소중함을, 교육 현장에서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마자토 게이키치 씨는 어린 시절을 미야코지마에서 보내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오키나와 본섬으로 건너가 나하의 항만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종전 후의 미군 통치 시대부터 정년 퇴직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오키나와의 물류 관련 업무에 종사했습니다.
전쟁 중 가족과 흉터에 대해
1943년에 미야코지마 니카도리에서 태어났어요. (우리 아버지는)농부였는데, 어째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죠. (아버지는)교사도 아닌데 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지, 저는 그게 궁금해서 마을 사람에게 물어 봤더니, 아버지가 지역을 위해 여러모로 공헌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자치회 임원과 구장도 맡고 있었고요.
오키나와 대공습 때 저는 고작 3살이었기 때문에 그 무렵의 일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상처를 입은 것만은 기억하고 있어요. 총탄이 제 몸을 스쳤죠. 미군 전투기가 쏜 총탄이 우리 집에 두 발 날아왔거든요. 당시 미군에서는 움직이는 것은 무조건 쏘라고 가르쳤다더군요. 우리 집 근처에 언덕이 있었는데 마침 그때 언덕에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라, (미군 전투기가)그 사람을 노리고 쏜 총알이 우리 집으로 두 발 날아온 겁니다. 첫 번째 총탄이 덧문을 뚫고 제 몸을 스쳤고, 두 번째 총탄이 불단에 맞았어요. 세 번째 총탄은 장작 창고에 맞았다더군요. 부모님 말씀에 따르면, 당시 니카도리의 벙커 부근에 일본 육군이 있었기 때문에 육군이 있는 장소로 저를 데려갔고, (군에서는 기본적으로)민간인 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제 상처를 치료해 줬다고 어머니한테 들었죠. (그때의 상처는)아직 남아 있어요. 기관총의 총탄이 팔을 스쳤고. 등에도 흉터가 있어요. 어렸을 때는 팔이 짧았으니까. 저만 다른 방에서 자던 중에 총탄이 몸을 스쳤기 때문에 엉엉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저희 가족은 거실에서 점심을 먹다가 기관총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바로 숨었던 모양이에요. 숨는다 해도 총알이 날아오면 피할 수 없었겠지만, 가족들은 다행히 무사했죠. 저만 왼팔과 등에 세 군데 상처를 입었어요. 등의 상처도 척추 바로 앞이라 다행이었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
미야코지마 공습 당시의 일을 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버지는 비행장 활주로를 미군이 폭격한 후 활주로의 폭격 흔적을 되메우는 작업을 했다고 하더군요. 종전 후 해안에는 일본군 전차로 보이는 잔해가 있었어요. 아마 미군의 공격을 받은 것이겠죠.
매와 문어 항아리의 추억
(어렸을 때는)고구마만 먹었어요. 그리고 들판에 나 있는 풀 같은 것들, 예를 들면 파 같은 걸 캐서 국물에 넣어 먹었죠. 그리고 구아바나 오디, 그 외에는 매미나 메뚜기, 도마뱀 따위를 잡아서 먹었어요. 제일 맛있었던 것은 매였죠. 지금은 보호종이지만, 우리가 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아직 보호종이 아니었어요.
어느 날 저는 혼자서 산속으로 들어가 매를 두 마리 잡았는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맨손으로 매를 잡았죠. 가로등 불빛에 비친 매의 모습이 보였기에 천천히 나무 위로 올라가서, 처음에는 실수로(매의) 한쪽 다리만 잡았기 때문에 매는 다른 한쪽 발톱으로 제 손을 할퀴었지만, 매는 귀중한 먹거리였기 때문에 절대 놓지 않았어요. 두 번째는 능숙하게 잡을 수 있었죠. (매를 잡은 것은)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잡은 매는)일주일 정도 장난감 대신 가지고 놀았어요. 매의 다리에 끈과 나막신을 묶어서 어느 쪽이 잘 나는지 겨루게 했죠. 일주일이 지나 매가 지쳤을 때쯤, (매의 고기를)국에 넣어 먹었어요. 밥에 비벼 먹기도 했고, 아주 맛있었지요. 국물 위에 뜬 노란 기름이 정말 고소했어요.
다른 날에 매를 잡으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만, (집 근처의)해안에 소나무 숲이 있었어요. 그곳은 무덤이 많아서 무서운 곳이었죠. 불빛도 없었고요. 매는 바다 쪽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저는 친구들과 몇 미터 떨어진 곳의 소나무에 올라가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냥감이)안 오길래 집에 돌아가기로 했죠. 몸을 돌려 나무에서 내려온 순간, 저는 개인 벙커(1인용 참호)에 빠져 버렸어요. 그것은 ‘문어 항아리’라고도 불리는 군인들이 쓰던 개인 벙커였죠.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간신히 기어올라 빠져나오긴 했지만, 가슴께까지 오는 깊이였는데 조금 더 깊었으면 정말 위험했을 겁니다. 밤이기도 했으니까.
유소년기의 미야코지마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에도 갔었죠. 친구와 함께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러 갈 때는 꼭 물안경도 가지고 나갔어요. 당시엔 ‘이토만 안경(미카간)’이라고 했죠. 바다에서(폭파 낚시의) 폭발음이 들리면 그곳으로 달려갔어요. 죽은 물고기와 산 물고기가 뒤섞여 뭍에 올라와 있었는데, 어부가 남기고 간 물고기를 주워 와서 먹었죠. 당시에는 줄무늬전갱이를 자주 볼 수 있었어요. (폭파 낚시 때 사용하는 것은)사제 폭탄이에요. 탄약에서 화약을 빼내 병에 채워 넣고 바다를 향해서 던지는 거죠. 화약류 중에는 네모난 것과 동그랗고 심지가 있는 종류가 있었어요. 탄약은 바닷가에 널려 있었죠. 그 무렵에는 곳곳에서 고철 수집이 성행했어요. 미야코지마 전체에 고철 붐이 일었죠. 우리는 어린아이였지만, 용돈을 벌기 위해 작은 쇳덩어리라도 있으면 그걸 주워와서, 당시에는 고철의 매입 업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져가서 팔았어요. 그러면 약간의 용돈을 벌 수 있었죠. 그게 가장 큰 낙이었어요.
우리 가족은 남자 형제가 많았고 저는 6남이었어요. 아침밥은 국수 2묶음이었죠. 투명한(건더기가 없는) 국물 속에 국수만 드문드문 떠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저는 솥 옆에 앉아 있었죠. 식사는 선착순이었으니까 제일 먼저 먹으려고요. (미군 배급품 중에는)커다란 통조림이 있었어요. 시금치나 뭐 그런 통조림이었던 것 같군요. 제가 어렸을 때 히가시헨나자키에서 쌀을 실은 배가 좌초해 침몰했는데, 실려 있던 쌀을 가지러 갔다가 2차 재해를 당하는 사고도 일어났죠. 당시에는 쌀이 귀했기 때문에 그 쌀을 가지러 간 사람도 많았거든요.
(미야코지마는 당시)물이 부족했어요. 밭에는 빗물을 저장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 안에도 빗물이 고이지 않아서 마차가 지나간 바퀴 자국에 고여 있던 물을 마신 적도 있어요. 안 마시는 것보단 낫다고 해서 그 물을 떠먹었죠. 병에 걸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에요. 당시의 아이들은 몸이 튼튼했던 것 같습니다.
회충과 회충약
그 당시에는 설날이나 축하 행사 때 친척들과 뒤뜰에서 돼지를 잡곤 했죠. 돼지를 해체하면 돼지고기에 하얀 (기생충)알이 붙어 있었어요. 익히면 괜찮다는 생각에 다들 그냥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미국 정부 사람들이 미야코 류미 문화회관에서 회충의 무서움을 알리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바다에서 논 후에 우타키에 가서 뛰어다니며 몸을 말리려고 했어요. 그때 평소에 할머니들이 기도를 올리는 곳에서 친구가 떨어져 있던 선향을 주워 담배를 피우는 흉내를 냈더니, 갑자기 그 친구의 콧구멍에서 회충이 튀어나왔어요. 저는 그걸 보고 깜짝 놀랐죠. 옛날에는 학교에서 몸속의 회충을 제거하기 위해 해초를 사용했어요.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해초(오키나와 사투리로 나쵸라)를 달인 약을 먹였죠. 그 해초를 달여 만든 약으로 회충을 제거했어요. 약 먹은 다음에 받은 캔디가 매우 맛있었어요. 처음으로 캔디라는 걸 먹었죠. (회충 제거용)쓴 탕약을 마신 뒤, 상으로 달콤한 캔디를 받았어요.
당시의 학교 생활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초가지붕에 바닥도 안 깔린 땅바닥이었어요. 그래서 걸으면 흙먼지가 날렸죠. 옆 교실과의 칸막이는 훤히 뚫린 낮은 벽이었기 때문에, 교실은 3반까지 있었는데, 쓰레기장에서 종잇조각을 주워 와서 교실 바닥의 흙이나 모래를 그 종잇조각에 넣고 칸막이 건너편의 옆 반으로 집어던지곤 했어요. 그러면 아이들의 책상 위는 모래투성이, 쓰레기투성이가 되었고, 그런 장난을 치고 놀았죠.
수목병(식물 및 채소의 전염병)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어요. 농작물 구제를 위해 학교에서도 나섰죠. 선생님을 따라 밭에 가서 병에 걸린 부분을 긁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저는 히라라 중학교에 다녔습니다. 제대로 된 건물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태풍이 와서 학교 건물이 큰 피해를 입었어요. 그 후로 2부 수업이 시작되었고, 오전과 오후 2부로 나눠서 수업을 들었죠. 새 건물이 생길 때까지 계속 그렇게 했어요.
고등학교는 농림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하지만 사실 농업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농림고등학교에서는 퇴비를 만들었죠. 학교 농장은 학교 건물 근처에도 있었지만, 공항 근처에도 제2농장이 있었어요. (퇴비는)거기로 가져갔죠. 제2농장은 약 18헥타르의 규모였기 때문에 주로 사탕수수를 재배했어요. 수확기에는 도시락을 싸가지 않고 수확하면서 사탕수수를 먹곤 했죠.
고등학교 졸업 후 항만 회사에 근무
(고등학교 졸업 후 1년간은)고향에서 태평하게 살았지만, 그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사회에 나가서도 계속할 만한 일을 하려고 생각했죠. 당시는 미군 통치하였기 때문에 영문 타이핑을 배워 볼까 했어요. 그 무렵에는 나하에 있는 오키나와 유족 연합회가 수산 시설에서 타자기 사용법을 가르쳤는데, 유족이라면 누구든 수강할 수 있다고 해서 아버지에게 부탁해 (나하로 가서)타자기 사용법을 배웠죠. 그 기술은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나하항에 있는)항만 회사에 취직했지요. 선적 서류나 세관의 신고 등, (미군 통치하이므로)전부 영문으로 서류를 만들어야 했어요. 배로 짐을 일본 본토로 보낼 때는 외국 화물로 취급하기 때문에 이 짐에 대한 세관 신고, 은행에 대한 선하 증권(BL)도 작성해야 했어요. 이런 서류 작성에 영문 타이핑 기술이 큰 도움이 됐죠. 작은 짐을 배에 반입할 때도 세관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지 않으면 가져갈 수 없었어요. 당시 오키나와 사람들은 면세로 돈벌이를 하곤 했어요. 위스키는 3병까지 일본 본토에 반입할 수 있었어요. 위스키를 가져가면 비싸게 팔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선원들의 이야기로는 이 방법으로 위스키를 팔아 집을 지은 사람도 있다고 해요.
(항만 일에서)가장 힘들었던 건 트랜십(transship)이라는, 배에서 배로 짐을 옮겨 싣는 일이 옛날에는 종종 있었어요. 예를 들면 야에야마부터는 파인애플, 미야코에서는 고급 삼베를 싣고 와서 오사카행 배로 옮겨 실을 때, 필요한 서류가 도착하지 않거나 담당자 실수로 짐이 배에 실리지 않거나 하면 난리가 났거든요. 특히 미야코의 고급 삼베는 당시 한 상자에 300만 엔, 한 단에 30만 엔이나 했으니까 이런 값비싼 물건을 보낼 때 한 편이라도 늦으면 (출항하면)일주일은 돌아오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당시 미국인들이 종종 대만에 가서 가구류를 사 왔어요. 그 후에 우리 항만 회사에 수속을 하러 와서 세관을 통과하기 위한 절차에 대해 문의하곤 했죠. 일반적인 절차와는 다르니까요. 익숙하지 않은 영어를 써서 절차를 안내해야 했으니, 그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아무튼 지금은 배불리 먹는 시대죠. 제가 어렸을 때의 아침식사는 밥과 국수 국물뿐이었어요. 국수도 몇 가닥 떠 있을 뿐이었죠. 요즘 아이들은
만약 식량 공급이 중단되면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전쟁 중과 후의 식량난과 음식의 소중함을, 교육 현장에서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마자토 게이키치 씨는 어린 시절을 미야코지마에서 보내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오키나와 본섬으로 건너가 나하의 항만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종전 후의 미군 통치 시대부터 정년 퇴직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오키나와의 물류 관련 업무에 종사했습니다.